모두 주인을 잃은 것들이다.
그것들은 주인의 보살핌을 받다가 어느 순간에 버려진 것들이자 더 이상 관심을 받지 못하고 구석에, 창고에 방치되어 먼지만 쌓이는 것들이다. 그러나 그것은 주인과 함께한 기억을 품고 있기에 차마 버리지 못하고 남겨진 것들이다. 온기가 사라진 화로 같은 것들이지만 그것들은 남겨진 자들에 의해 원래의 자리에 혹은 구석지고 어둡고 냄새나는 공간으로 밀려나 상자에 담겨 빛을 잃게 된다.
물건들의 생명력이란 이런 것인가. 필요에 의해 활용되다 그 쓰임새가 다하면 버려지는 운명. 하지만 이 물건들은 그 쓰임새가 여전함에도 단지 주인이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더 이상의 쓸모가 없게 된다. 그저 바라보게 되고 보여지는 존재로 남게 된다. 나는 이렇게 주인을 잃은 물건들을 통해 작은 우주를 본다. 그 우주는 광활하나 작고 위대하나 하찮은 것들이다. 그럼에도 그 깊이는 가늠할 수 없고 그것들로 인해 기억나는 순간이 무엇보다 물건들의 주인이 보고 싶고 사무치도록 그립다. 일상의 사소한 것들에 불과했던 물건들은 시간이 정지된 듯 멈춰버렸으나 새로운 장소에서 빛을 받으며 새롭게 태어난다. 한번도 제자리를 벗어나지 못했을 것들을 나는 밖으로 나가 바람 시원하고 볕이 좋은 무덤 같은 흙 위에 올려 놓는다. 흙은 시간의 퇴적이고 흔적이다. 그 위에 올려진 물건들은 또 다른 화석이 된다.시간은 멈추었으나 나의 가슴속엔 그리운 이의 눈길이 어른거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