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떠난 뒤에도 물건은 남는다. 생전에 사용되던 물건들은 더 이상 쓰이지 않지만 쉽게 버려지지 못한 채 상자 속에 보관되거나 방 한구석에 남겨진다. 그것들은 한때 일상의 사물이었지만 이제는 한 사람의 삶을 기억하게 하는 흔적이 된다.
  나는 남겨진 물건들을 바라보며 그 안에 스며 있는 시간을 생각한다. 닳은 자국과 얼룩, 손때가 밴 표면에는 오랜 습관과 삶의 리듬이 남아 있다. 물건은 말을 하지 않지만, 그 침묵 속에는 이미 부재한 존재의 시간이 머물러 있다.
  사진 속 물건들은 원래 놓여 있던 자리에서 벗어나 바깥으로 옮겨진다. 주인을 잃은 뒤 더 이상 제자리를 필요로 하지 못한 물건들은 창고나 방 한구석에 머물러 있다가 햇빛과 바람을 마주하게 된다. 나는 그 물건들을 흙 위나 풀밭, 빈터와 같은 장소에 놓으며 새로운 관계를 만든다. 익숙한 사물은 낯선 환경 속에서 다른 모습으로 드러나고, 평범했던 물건은 하나의 초상처럼 읽히기 시작한다.
  이 작업은 남겨진 물건들을 통해 보이지 않는 삶의 흔적과 부재한 존재의 자리를 바라본다. 물건에 스며 있는 시간의 층위를 따라가며, 한 사람이 지나간 자리와 그 이후에도 이어지는 존재의 여운을 사진으로 담아낸다. 흙 위에 놓인 물건들은 작은 화석처럼 시간을 품고 있고, 나는 그 표면에 남겨진 시간을 통해 사라진 존재를 떠올린다. 사진은 떠난 이를 되돌릴 수 없지만, 남겨진 것들이 현재 속에서 어떻게 살아 있는 기억으로 이어지는지를 보여줄 수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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